가족애
동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니가 잘해야 동생이 잘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 동생 스스로 잘해야 하는 거지, 동생 못하는 걸 나 때문이라는 핑계 대지 말아달라고 했다. 내가 하도 그렇게 말해서 그런지 동생이 내 핑계 대면서 어머니 꾸중에 반발할 때는 어머니도 '너는 너고 xx는 xx니까 핑계 대지 마' 라고 하신다.
'니가 언니니까 어쩌구저쩌구'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나는 '장녀'라는 게 벗어나고 싶은 컴플렉스로까지 발전했다. 어려움을 몰랐을 때는 '언니'라는 자리가 편했지만 집안에 불화가 생기고 나를 만나는 어른마다 '니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주입시켰고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고 그 기간이 몇 년 동안 계속되니 '동생'의 존재가 한없이 밉기만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고 기억하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닌지. 지금조차도 동생이라는 존재가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책임'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동생이 태어났고, 동생을 만든 장본인은 부모님 아닌가.
나는 내 컴플렉스로 인해 아주 이기적인 생활을 했다. 부모님도 장녀로서의 착한 태도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고, 어떤 친구들은 나를 외동딸로 봤다. 그리고 동생은 판단력이 나보다 모자란 존재로 인식해왔으므로 대화가 될 거라는 고민도 해본 적 없고 대화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20대 후반으로 치닫게 되었는데 나이 드니 친구들은 남자가 우선이고 뭔가 '내 사람이다'라는 안정감이 희미해져 간다. 이때서야 부모님이 형제를 주심에 감사하게 되다니.
요즘 2살 터울인 여동생과 부쩍 대화가 많아졌다. 그 아이도 나도 가족이 제일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생각도 거의 비슷하고 싸울 일도 거의 없다. 싸운다면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습관 때문이지. 어머니의 구세대 사고방식에 대해 둘이서 반발하면 어머니는 할 말을 잃으신다. 그러면 어머니는 불쌍하다고? 어머니는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계시니 괜찮다.
닥차일드 wrote:
첫째단락 첫째줄에서 셋째줄까지가 제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저도 제 동생이랑 사이가 안좋고 말도 안하는 상태이죠. 제가 동생에게 잘해줘야하겠는 생각을 버린지 오래입니다. 동생녀석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는데 하고다니는 짓을 보자면 기도 안차서 말이죠. 포기했습니다. 그 짐을 저한테 전가한다면 전 이제 폭발하지 싶네요. 여하튼 이제 사이가 좋아지시니 부럽네요. 에효~~~너무 글이 와닿아서 그만 막 적어내려와버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Posted January 14th, 2007 at 16:46
she wrote:
장남이신가봐요. 어려운 상황일 때 '동생 챙기라'는 말의 스트레스는 말도 못하죠. ^^;; 힘내세요. 나쁜 날 있으면 좋은 날 남은 거잖아요?^^
글에서 언급한 동생과 '상하' 가 아닌 '수평' 관계로 대화를 시작한 건 제가 24살 무렵부터랍니다. 22살 이전에는 대화다운 대화도 없었고 같이 어디 가지도 않았어요. 그저 서로의 신경밖 동거인이었지요. 그래도 이런 날 오더라고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Posted January 15th, 2007 at 2:49
Luna wrote:
"나이 드니 친구들은 남자가 우선이고"
남자친구 생겼다고 여자친구들과 소홀해지는거 싫은데, 오히려 친구들이 툭하면 연락두절되고 약속펑크 내니까 남자친구에게 더 의존하게 되더군. 난 형제자매도 없고 부모님과의 유대감도 그리 깊지 않으니까.
¶ Posted January 16th, 2007 at 0:03
she wrote:
친구 입장에서 글을 읽으면 표현이 까칠해보일 수 있겠다. 후후훗;
친구에게 남친 생겨서 남친이 우선 순위가 되는 건 섭섭하진 않아... 누구나 다 그러니까. 그런데 결혼을 하면 섭섭해지더라. 얼마전 친구가 결혼을 해서리 서로 다른 세상 사람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네.
"나이 드니 친구들은 남자가 우선이고" 이 말은 세월이 흘렀다는 의미랄까. 나이가 어릴 땐 친구없는 세상 상상할 수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그 사이에 서로의 남자가 끼어들었다... 뭐 이런 ^^
"툭하면 연락두절되고" 이 말 내가 많이 찔린다. 히히; 뭐 느낌상이지만 너에게 좋은 사람이 곁에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오히려 니가 보기 좋다우. ^^ 열심히 사랑해~ ^^
¶ Posted January 16th, 2007 at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