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나의 가치가 보석만할까.
항상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며, 내 감각은 10년을 앞서있었다는, 그래서 알고 보니 보석이었다는 친구의 과찬. 그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 시절의 나는 이기주의의 절정을 달리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용서할 수 있을만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제서야 만난 중학교 교환일기 주고받던 친구. 싸이와 네이트온의 연동위력이란 대단하다. 싸이로 2년 전에 조우하고, 네이트온에 떠 있기에 엊그제에야 만났다. 그야말로 급만남. 동성인 친구이지만 만나면 떨린다. 닮고 싶은 면은 없지만 동경하는 친구. 우리의 캐릭터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아무튼 친구다. 그 친구도 신기해한다. 전혀 우리는 친구가 될 인연이 아니었다고. 어쩌다 이렇게 친구가 되었는지 신기하다고.
나는 그때와는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마다 다 그렇게 말을 한다. 나는 똑같다. 그 말이 엊그제는 생소하도록 듣기에 좋았다.
나는 일요일 시네큐브 광화문에서 영화 '타인의 삶'을 보았다. 위에 말한 친구와, 그리고 또 선배와. 두 번이나 보면서 두 번 다 졸았지만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는 아낌없이 그들에게 선물했다. '타인의 삶'도 선물이었고, 재즈 CD들도, 내가 좋아하는 도브 다크 초코렛도 선물했다. 그냥 가방 속에 있는 거라면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놓았다. 선배는 영화를 보며 크래딧 올라갈 때 박수를 치고 싶다고 말했고 (나도 심히 동감), 요즘 음악 듣는 시즌이 아니라던 친구는 내 감각은 100% 신뢰한다는 말까지 하며 재즈 CD를 받았다. 주는 마음만으로도 행복했는데 기대도 없던 어여쁜 말들을 들으니 보람도 있구나. 나는 시네큐브 광화문도, 식사했던 세븐 스프링스도, 그 건물(흥국생명)도, 그 건물의 위치도, 같이 영화 봤던 극장 안의 사람들도, 첫경험이었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어제는 동생을 데리고 가서 식사를 했다. 요즘 내 주머니 사정 생각할 겨를없이 일단 퍼주느라 정신없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냐고? 요즘만 친절하다. 푸훗. 지금 가방이 없고, 신발도 없고, 옷도 없어서 동생한테 기생하는 꼴을 들여다 본다면 참으로 그녀 인생 구차하고 불쌍하고 뻔뻔하기 그지없다. 항상 돈에 굶주려 동동거리며 할인에 눈독 들이고 있으며, 차비 몇 백원까지 다 따져서 상사한테 받아내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동생 말에 의하면, 내 세계에 빠져 사는, 친해지기 싫은 사람이란다.
mystyle wrote:
너무 지르고 다니시는군요 ^^;; 퍼줘도 행복한 착한 본인에게도 무언가를 선물하심이...
전 힘들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제 자신에게 어학연수, DSLR, 여행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곧 그럴수 있겠죠? ^^
¶ Posted April 17th, 2007 at 11:52
she wrote:
저 자신에게의 선물이라면, 양질의 음식이라고 할까요.. ^^;
존경스럽답니다. 아직도 버틸 수 있다니..^^
¶ Posted April 18th, 2007 at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