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는데 기분이 심하게 좋지 않았다. 눈 뜨자마자 드는 생각이 '난 오늘 아니다.'였다. 그리고 입사시험을 치렀는데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나를 안 뽑고 싶을만큼 성의없이 치르고 말았다. 이 시험을 기다리면서 쏟은 본전 생각도 나고, 좋지 않은 표정에 실망하시는 부모님께도 면목없고. 입맛은 없는데 속은 비어 쓰려 더 괴로웠다. 그리고 꾹꾹 눌러놨던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기분으로 울어버렸다.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물을 마셔도 마셔도 입이 마르다.
그리고 책을 읽었는데.. 괴로워도 그래도 이 길이 좋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떤 남자가 오후 다섯시에 시카고에 있는 어느 술집으로 들어가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 주문합니다. 차례로 주문하는 게 아니라 세 잔을 한꺼번에. 바텐더는 그 예사롭지 않은 주문에 좀 어리둥절해하지만 아무 말 않고 그 남자가 주문한 대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 따라서 바에다 일렬로 늘어놓지요.
그 남자는 그걸 하나씩 차례로 마시고 값을 치른 다음 떠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다섯시에 그 남자가 또 와서 같은 식으로 주문을 하지요. 스카치위스키 세 잔을 한꺼번에. 그리고 또 다음 날도 그렇게, 그 뒤로 2주일 동안 날마다 그럽니다. 마침내 바텐더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게 되지요. 그래서 이렇게 물어봅니다. 참견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손님은 지난 두 주일 동안 날마다 여기 오셔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씩 주문했는데, 어째서인지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한 번에 한 잔씩 주문하거든요. 그러자 그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아,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한 겁니다. 나에게는 형제가 둘 있는데 하나는 뉴욕에 살고 있고 다른 하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 셋은 아주 친하답니다. 그래서 우애를 기리는 한 방법으로 우리 모두는 오후 다섯시에 술집으로 가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 주문하고 우리 모두가 같은 자리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의 건강을 위해 조용히 건배를 하는 거지요. 바텐더는 마침내 그 이상한 의식의 이유를 알게 되어 고개를 끄덕이고 거기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일은 네 달 동안 더 계속되지요. 그 남자가 매일 오후 다섯시에 찾아오고 바텐더는 그에게 술을 세 잔 내놓는 식으로. 그런데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오후 그 남자가 늘 오던 시간에 오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스카치를 세 잔이 아니라 두 잔만 주문한 거지요. 바텐더는 걱정이 되어서 얼마쯤 뒤에 용기를 끌어내 이렇게 물어봅니다. 참견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지난 네 달 반 동안 손님은 매일같이 여기로 와서 스카치위스키를 세 잔씩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두 잔이군요.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모쪼록 손님 집안에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았기를 빕니다.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남자가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쾌활하고 기운차게 대답하지요. 그러면 어떻게 된 건가요? 바텐더가 그렇게 묻자 그 남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술을 끊었거든요.
폴 오스터, 기록실로의 여행, p.203~205
엊그제 충동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짧게 자르고 파마를 하니 더 짧아졌다. 간만에 기분 전환이 되었다. 내일 머리 감은 후가 어떨지 기대 중. 움트트. 또한 비교적 마음이 느긋해져 독서도 했다. 오늘만큼 생리통이 반가운 적이 없었다. 시기 적절하게 생체 사이클이 돌아가줘서 고맙다. 그동안 아드레날린 억제제가 필요한 괴로운 나날이었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불투명한 현재가 너무 싫다. 흑흑흑.
언제부턴가 핸드폰 발신자에 A씨가 뜨면 몸이 아파왔다. 그녀가 스토커도 아니고 특별히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할뿐이지만 내뱉는 걱정들이 나를 피곤하게 한다. 급기야 오늘은 그녀와 마주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안 좋아져 종전까지 두통에 발열로 괴롭다가 꾹꾹 누른 감정을 여기다 표현하려니 좀 괜찮아진다. 가슴이 답답해 죽을 것 같아서 '생명의 전화'까지 검색해 봤다. -_-; 이것이야말로 화병이다. 화병 ㅜ_ㅜ. 집에 가는 길에 같이 가자고 하는 그녀를 어떻게 떼낼 수도 없고, 살가움은 찾을 수 없는 말투로 말을 하며 걸었다. 그녀의 말들은 예상했던 느낌에서 빗나갈 리 없었다. 역시 피하고 싶은 캐릭터다. ㅜ_ㅜ.. 틈을 마음껏 보여준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것이다. 사람 보는 눈이 그리 없어서야.. 흑흑.
자기비하하는 사람 정말로 싫어. 싫다고. 흑 ㅜ_ㅜ
덧. B언니의 조언으로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진 듯도 하고. B언니에게 전화 건 일은 오늘 내가 한 일 중 베스트다. 큭큭.
학원에서 새로 반 배정이 있었고 그 후 첫수업은 군더더기 없었으며 안면만 있던 분과 통성명을 하고 수다를 떨며 몇 걸음 걸었는데 소모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간 피곤하거나 불안했던 요소들이 없어지거나 무시하는 방법도 캐치했다. 휴~ 캄사합니다. 원장 선생님~
시사라면 깜깜한데 잠이 안 와서 dmb를 보다가 관심도 없던 100분 토론까지 봤고 결국 보다가 화가 나서 중간에 채널을 돌렸지만 문국현 후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정치에 관심이 한 개도 없었는데 이렇게 관심없었다간 엄한 사람 대통령 만들어줄 뻔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바보같았다. 시사 투나잇에서는 교육 관련 공약 비교를 했는데 문국현 후보 쪽에 확실히 호감이 갔다.
메타블로그에 100분 토론에 관한 글들이 속속 올라오던데 난 그들이 평범한 블로거인지 빠인지 까인지 의심된다. 안 그래도 두통 심한 요즘인데 대선 문제까지 내 머리를 쥐어 뜯게 하기는 싫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