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맛

어머니가 갈아주신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아침을 보냈다. 맛을 보며 나는 '역시 엄마가 최고'라고 했더니 동생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올해 나는 요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못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지. 이유는 관심이 없다. 이 나이 먹도록 어머니께 만들어 달라고 투정을 부린다. 엄마의 맛을 나는 낼 수가 없고, 맛 없는 거 먹고 살찌기 싫다고. 푸훗. 어머니는 귀찮다면서도 바나나와 삶은 고구마와 우유를 알맞게 갈아 냉장고에 넣어두셨다. 이게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오늘 서울의 공기는 매우 탁했다. 몸이 무겁기도 하고 공기가 탁하기도 하고 걷는 것이 고통이다. 종로에서 찾아간 보리밥집은 가격이 싸고 음식맛도 싼값을 했다. 하지만 굉장히 친절하고 깔끔했다. 반찬을 재활용하는지 어쩌는지는 몰라도, 의자, 테이블 다리나 받침대 구석구석을 닦는 모습에 놀랐다.

내 모토가 그렇다. 이왕 살 찌는 거 맛있는 거 먹고 살찌자. 그래서 여기 저기 찾아다녀 봐도 우리집 음식 만한 게 없더라.

10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끝났다. 밤바람이 차지만 그 시원함이 반가웠다. 지난 1990년대에 나와 밤거리를 오랜시간 거닐어 주었던 친구들이 고마워진다. 그날들을 추억하며 걸었지만 그때만큼 편한 마음이 아니다.

목과 어깨가 너무 아파져 목베개를 사고, 또 핸드폰 스트랩을 샀다. 알록달록한 아이템을 사니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 며칠째 나를 사로잡는 것은 동방신기. 핸드폰에 뮤직 비디오와 방송 출연 영상을 넣었다. 케케.

애도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드라마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 한마디 생전에 남겨드렸더라면 지금 당연히 살아계시지 않을까 안타깝다. 눈물이 쉴새없이 흐른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속택시

택시가 어찌나 과속하던지 롤러코스터 탄 것마냥 속이 울렁울렁. 과속 경고음이 들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강 다리도 한 30초만에 뚝딱 건넌듯. 지금껏 탄 택시 중 최고 속도. 나는 빨리 가달라든지,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든지 하는 언급 한 번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처라도 물어볼까 고민했다.

미안합니다.

내일이면 같이 일하는 동생이 관둡니다. 몇 개월동안 내 눈치 보는 게 조금은 미안했습니다. 오늘도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습니다. 제 두통이 극에 달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누워도 머리끝이 곤두선 느낌이 가라앉질 않았습니다. 어제도 두통약을 먹고 잤고, 오늘도 집에 와서 두통약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오한도 두통도 가라앉아 살 것 같습니다. 몸이 살 것 같으니 오늘 제가 강하게 화를 냈는데 그것도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에게 화를 냈는데 약 먹기 전만 해도 부글부글 끓었는데 이젠 되려 미안하네요. 그분께도 죄송하고, 또 내일이면 관둘 아이에게도 급 미안해집니다. 특히 관둘 동생은 제 눈치를 많이 봤습니다. 고단하면 여우같이 잘 부탁해도 되는데 못된 심보로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해가지고는 그 아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네요. 미련한 나를 용서하시길. 그 아이의 앞날에 햇살이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미안하고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 아이 빈자리가 한동안은 클 거 같네요. 이젠 제 일이 세 배가 되게 생겼습니다. 2명이 달 걸러 관뒀는데 더는 사람을 뽑지 않는군요. -_-; 그래도 일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