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12월에는 글을 좀 쓴 것 같았는데 세어 보면 5개뿐.

벌써 안녕~ 했어야 할 알바가 오늘 비로소 끝났다. 워낙 축복 받은 아르바이트라 1년간 했던 일 중에 3일간의 인수인계가 제일 바빴다. 모두 관두거나 짤리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인수인계는 내 차지가 되었고, 1년간 일해도 생기지 않던 책임감이 인수인계하는 동안에야 생기더라. 후임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일하게 된 건 정말 축복이라고. 나이만 여유있다면 관두지 않았을 거라고.

그간의 혼자 속 시끄러웠던 일들이야 어쨌든, 그곳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대해주었든, 자의반 타의반 모양새 좋게 관두었다. 서로의 직장으로 놀러오라는 말로 웃으며 헤어지는 이 아름다운 굿바이 모드. 그간의 드러내지 못한 속상함이 치유되었다. 결국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은 나였다는 듯한 몇가지 단서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마땅히 할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당연한 일을 할 때, 동료는 탱자탱자 이러고 있다. 그리고 월급은 똑같이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양심이 대충을 허락하지 않는 대쪽 같은 성격. 난 왜 이럴까. 오히려 내 스스로를 바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분명 잘했다. 라고 칭찬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안 보는 듯 해도 다 꿰뚫고 있다. 무개념 진상들과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 된다. 집중하는 사이, 내 에너지 낭비 없이도 주변은 이미 자연스레 정리되어 있다.

지난 1년이 남긴 유산이라면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진리.

할머니 손

어제는... 꼭 오늘!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짓눌려 배가 고프지도 않고 그렇게 먹고 싶지도 않은데 비싸고 좁고 저녁시간이라 사람으로 북적이는 스파게티집에 혼자 들어가 가운데 자리에서 주변의 눈총을 받으며 배를 불리다가 나왔다. 나도 참, 어지간하면 그냥 참고 집으로 가지. 왜 그렇게 혼자 들어갔어야 했을까. 양도 많아서 남기고 계산하는데 주인이 나를 유심히 살폈는지 몇마디 주고 받았다. ^_^;

남기고 나와도 너무 배가 불러 뒤뚱뒤뚱 앞으로 고꾸라질 태세다. 오늘은 너무 추워서 얌전히 있으려고 해도 몸은 이미 걷고 있다. 처음엔 광화문에서 서대문까지만 걸으려 했다. 서대문에 도착하니 독립문까지만 가보고 싶다. 독립문에 도착하니 무악재만 넘어보자... 아니 홍제.... 결국 불광까지 걸은 셈이 되었다. 집까지 걷지는 못했다. 요즘 보통 10km(3시간) 걷는 게 일과가 되어서, 그렇게 2시간 걸었어도 체력이 괜찮았으나 바지가 가려줘도 발등을 내놓은 6cm힐이 발을 나무토막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손의 상태다. 쪼글쪼글... 내 온기를 쪽 뽑아 할머니 손을 만들었다, 추위가 ㅜ_ㅜ... 로션을 발라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으어엉..

12월 15일 월요일

내 첫 직장이 이럴 줄 전혀 꿈도 안 꿨지만, 어쨌든 취직했다. 월급 밀릴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식사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뼈가 으스러져라 일 복 터진 이름 대면 알만한 레스토랑에. 1년만 더 나이 들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고, 연일 터지는 일자리 불안정 기사에 간이 쫄아붙어버렸기에. 또, 나의 일을 갖고 싶었기에. 대통령 선거날 지나서 학교를 관두든지 할 걸 그랬나. 그녀의 2009년은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가기.

윗선 사이 전달이 잘 안 되어 이력서도 보지 못했거니와 내 신상을 전혀 모르고 있던, 그래서 5살 적게 보았다는 직원들. 허.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지-_-? 의심했는데 말이지... 내 나이를 알고 표정이 굳는 매니저 아저씨. 허... 정말 5살 적게 보셨어요??? 기쁘기도 슬프기도 암튼 올해 취업을 하기로 맘 먹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 점장님 느낌도 좋았고, 나랑 잘 맞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력서도 경력도 없는 와중에 그 자리에서 채용되어버렸다. 나는 좀 잘 웃었다. 그래요, 내 마음껏 웃어 드리리. 일이 힘들면 다이어트라고 생각하겠어요.

클리니크

피부가 심하게 안 좋았고 아토피용 스킨과 로션을 쓰고 있었다. 금전이 궁한 시기에 로션도 때맞춰 떨어져주시고 나를 불쌍히 여긴 동생이 자기 쓰던 클리니크 지성용 로션을 같이 쓰자고 선뜻 내주었다. 지성이고 뭐고 따질 군번이 아니라 그저 고맙게 썼는데 첫날부터가 달랐다. 처음 써서 이렇게 효과가 좋은가 하여 지켜봤는데 쭈욱 지속되었다. 스킨까지 떨어져 끙끙대다가 월급을 타자마자 기초세트(3step-soap빼고)를 사버렸다. 클린앤클리어랑 클리니크가 같은 건가 했던 나였으니 비싼 건지도 몰랐다. 샀다고 딸려와주는 폼클랜징 샘플도 굉장히 순하고, 비저블 스킨 리뉴어라고 피부재생 기능있는 거도 쪼꼬만한 거 쓰고 있는데 효과에 반해버렸다. 5만원 넘는다는데 샘플 다 써버리면 에라 모르겠다, 질러버릴 태세다. (동생은 별 효과 못 봤다고 하니 참고) 모처럼 나에게 맞는 제품을 만났는데 제발 이대로만 효과보자~~!

How deep is your love

고기를 먹었더니 소화가 안된다. 잠도 안 오고. 소화력의 문제인지 내가 고기를 밀어내는 건지 요즘 고기 먹으면 체하는 것 같다.
날 밝으면 스쿼시를. 미고에 들러 과일 주스로 피로를 풀 생각하니 상큼하구나.

12월 1일 새벽, 나는 버스안에서 눈물을 머금었다. 버스의 라디오에서는 My favorite,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 love'가 들려와 DMB로 주파수를 맞췄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DJ는 디즈니의 일화와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를 들려주었다.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겨우 몇 방울로 참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안 괜찮아졌다. 불안감에 떨며 버스에서 또다시 생각에 휩싸여 있을 때, 그때 버스의 라디오에서는 태진아의 '잘 살거야'가 들려오고 나는 빵 터져버렸다. 나를 붙잡은 것은 기회인가 미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