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직장에서 스트레스 엄청 받으며 기운이 쪽 빠졌다가 홍대에서 괜찮은 펍을 발견하여 기분이 업되었다. 목소리가 작아 시끄러운 곳을 증오하는데 내가 하는 말소리도 안 들리는 스타벅스에서 혹사당하고 술집을 찾아 추위에 오들오들 떨다가 겨우 발견한 수 노래방 바로 옆의 오뙤르라는 곳이 내가 원하는 딱 그런 곳이었다. 테이블 사이가 넓고 조용하고 음악소리도 적당한 펍. 새벽 6시에 마감이라니 최고다. 다음에 갈 것을 대비하여 명함도 챙기고 전번은 핸펀에 저장완료.
일요일에는 전날 만난 친구들을 또! 만나 경쟁사에서 식사를 하였다. 얼마만에 와도 그게 그거 같은 음식을 보니 뿌듯하더군. 그들과 헤어져 다른 친구와 내가 일하는 직장으로 가서 식사를 하였다. 점심때 먹은 경쟁사 메뉴와 같은 걸 먹었고 그 맛에 뿌듯함을 느꼈다. ^^; 또한 친구를 직장에 데려온 건 처음인데 다들 살갑게 서비스를 잘 해주어서 마치 내가 완전 적응 잘한 듯 비춰졌다. 더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팍팍 생겼다.
식욕이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그만... 나 제대로 다이어트 돌입하기로 한다. 탄수화물을 돌 보듯 하자.
친구는 나를 칭하길 챙겨주고 싶은 친구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나면 챙김을 받는 쪽은 그녀다.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나 근심이 쌓일 때나 불만족인 그녀라지만 지금 그녀의 상황은 실로 난감했다. 어른이란 너무 외롭고 기대고 싶어도 차마 그럴 수 없다. 외로움의 돌파구를 찾는 자가 위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생하고 있다. 고맙다, 친구.
공기가 차가워졌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지 않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샀다. 보이는 것 모두 사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 한 권만 사길 잘했다. 문고 쇼핑백을 들고 있는 까만 코트에 정장 수트를 차려입은 남성 직장인마다 잘 생겨 보였다. 책에 파묻혀 살아야지.
친구가 준 일본발 원두커피 티백을 우려 마시고 있다. 몇 봉을 받아서 하나 남기고 모두 나눠 주고 맛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딱 내가 원하는 맛이다. 밤에 씹히지 않는 걸 먹기는(마시기는) 오랜만이다. 그동안 직장에서의 이래저래 채워지지 않는 만족감과 싸우느라 스트레스가 쌓여 밤에 배를 채우는 게 낙이었다. 당연히 살은 찌더라고. 노동량과는 관계없이. 흐.... 어찌나 먹었으면.. 흐흐; 단벌인 유니폼이 터지기 전에 자제를 해야 겠다. 유니폼을 발주하면 한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윗분의 실수로 3월에야 여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흑흑.
2월부로 정직원이 되었다. 수습종료 테스트 중 메뉴 시험이 있는데 표만 달랑 그려진 백지를 주고 채우는 거다. 황당한 주관식 시험이다. 윗분들은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고, 다른 동기들은 통과하지 못했다고 수고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제 공부하는 머리가 중간은 갑니다. 흐흣^^ 지난 세월 방황해서 문제지요. 흑. 아무튼 집에 오면 눈이 감기고 자고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은 한 달. 정직원 되는 게 이런 거구나. 먹고 사는 게 쉽진 않구나 싶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항상 마음이 아프지만 희망을 품고 인생 길게 보며 밝게 웃고 살련다.
투썸플레이스의 초코무스롤, 뎀셀브즈의 바닐라스트로베리케잌.. 닥치고 강추.
아직 먹지 못한 몇가지를 같이 먹고 싶어 뎀셀브즈에 들를까 고민했지만 얼굴을 파고드는 바람이 무서워 신도림으로 곧장 향했다. 식사를 하고 맥플러리에 달달한 카페모카에 스타벅스 조각케잌 2가지에 마카롱까지 흐... 너무 단 것만 먹어서 돌 지경. 역시 메인 이외의 메뉴는 만족스럽지 않다. 흑흑. 옳다 그르다 이런 얘기가 오가지 않는 질투 없는 우리 사이. 아무리 기분 좋아도 10시가 넘어가면 눈이 무겁다. 이 체력으로 20대를 싱싱하게 보낼 수 있을까. 미처 몰랐다. 눈만 감으면 잠을 잘 수 있는 인간이었는지를. 자고 싶지 않아. 그러나 자야 하므로 잔다. ㅜ_ㅜ..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견디나... 반박자 느린 리액션에 업무도 얼른 얼른 해내지 못한다고 자책도 하고 있고 소리도 듣고 있다. 처음인데 느린 게 당연하죠~ 하고 웃어도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없지. 일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바쁜 한 주를 보내고 나니 몸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듯 너무 무거워서 힘들고, 자존심 상하는 얘기들이 머릿속에 남아 괴롭고, 몇 주째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마음은 가시지 않고... 어제는 정말 나가기 싫었는데 때마침 입사서류를 모두 제출한 다음날이라 출근했다. 출근하니 동료가 웃어주고 나쁜 기분은 모두 잊혀졌다. 역시 단순해... 흐.. 업무일지에 도움이 된 동료를 써야 하는데... 이제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도 쓰기로 했다.
그나저나 배가 더부룩한 상태에서 보이차를 마시면 소화가 너무 잘 된다. 지금 마시고 있는데 몸이 넘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 두고두고 짜증난다. 두고두고 짜증나게 하는 말을 흘리는 타입은 바로 나였는데... 서로 주거니 받거니 잘하고 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유니폼 빨래를 하면서 빨래 하는 요령을 어머니께 배웠다. 이런 거 배우지 않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다. 나는 철 들지 않고 싶다. 가끔 변한 내 자신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인사를 잘한다거나 잘 웃는다거나 친절하다거나 하는 세상살이에 편리한 착한 습관이 나를 만들고 있음을 느낄 때.
점장님이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신다. 마땅히 할 일이라고 한 일이 기대 이상으로 점장님을 흡족하게 해드리고 있다. 가끔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웃어서 눈이 안 보인다고. 사실 눈이 작아서 웃으면 눈이 안 보인다. 옛날엔 도대체 어떻게 일해서 몇 번이나 나 때문에 죄송하다고 점장님이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을까 싶도록 지금의 나는 과할 정도로 친절하고 이 일이 나에게 맞다고 느낀다. 제발 이 일이 천직이 아니었으면 싶은 마음도 있고 천직이면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있고 미묘하다. 직장에서 존재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지금은 중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