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지 않아.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 두고두고 짜증난다. 두고두고 짜증나게 하는 말을 흘리는 타입은 바로 나였는데... 서로 주거니 받거니 잘하고 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유니폼 빨래를 하면서 빨래 하는 요령을 어머니께 배웠다. 이런 거 배우지 않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다. 나는 철 들지 않고 싶다. 가끔 변한 내 자신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인사를 잘한다거나 잘 웃는다거나 친절하다거나 하는 세상살이에 편리한 착한 습관이 나를 만들고 있음을 느낄 때.

점장님이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신다. 마땅히 할 일이라고 한 일이 기대 이상으로 점장님을 흡족하게 해드리고 있다. 가끔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웃어서 눈이 안 보인다고. 사실 눈이 작아서 웃으면 눈이 안 보인다. 옛날엔 도대체 어떻게 일해서 몇 번이나 나 때문에 죄송하다고 점장님이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을까 싶도록 지금의 나는 과할 정도로 친절하고 이 일이 나에게 맞다고 느낀다. 제발 이 일이 천직이 아니었으면 싶은 마음도 있고 천직이면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있고 미묘하다. 직장에서 존재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지금은 중요한 것.

아듀~

12월에는 글을 좀 쓴 것 같았는데 세어 보면 5개뿐.

벌써 안녕~ 했어야 할 알바가 오늘 비로소 끝났다. 워낙 축복 받은 아르바이트라 1년간 했던 일 중에 3일간의 인수인계가 제일 바빴다. 모두 관두거나 짤리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인수인계는 내 차지가 되었고, 1년간 일해도 생기지 않던 책임감이 인수인계하는 동안에야 생기더라. 후임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일하게 된 건 정말 축복이라고. 나이만 여유있다면 관두지 않았을 거라고.

그간의 혼자 속 시끄러웠던 일들이야 어쨌든, 그곳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대해주었든, 자의반 타의반 모양새 좋게 관두었다. 서로의 직장으로 놀러오라는 말로 웃으며 헤어지는 이 아름다운 굿바이 모드. 그간의 드러내지 못한 속상함이 치유되었다. 결국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은 나였다는 듯한 몇가지 단서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마땅히 할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당연한 일을 할 때, 동료는 탱자탱자 이러고 있다. 그리고 월급은 똑같이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양심이 대충을 허락하지 않는 대쪽 같은 성격. 난 왜 이럴까. 오히려 내 스스로를 바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분명 잘했다. 라고 칭찬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안 보는 듯 해도 다 꿰뚫고 있다. 무개념 진상들과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 된다. 집중하는 사이, 내 에너지 낭비 없이도 주변은 이미 자연스레 정리되어 있다.

지난 1년이 남긴 유산이라면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진리.

클리니크

피부가 심하게 안 좋았고 아토피용 스킨과 로션을 쓰고 있었다. 금전이 궁한 시기에 로션도 때맞춰 떨어져주시고 나를 불쌍히 여긴 동생이 자기 쓰던 클리니크 지성용 로션을 같이 쓰자고 선뜻 내주었다. 지성이고 뭐고 따질 군번이 아니라 그저 고맙게 썼는데 첫날부터가 달랐다. 처음 써서 이렇게 효과가 좋은가 하여 지켜봤는데 쭈욱 지속되었다. 스킨까지 떨어져 끙끙대다가 월급을 타자마자 기초세트(3step-soap빼고)를 사버렸다. 클린앤클리어랑 클리니크가 같은 건가 했던 나였으니 비싼 건지도 몰랐다. 샀다고 딸려와주는 폼클랜징 샘플도 굉장히 순하고, 비저블 스킨 리뉴어라고 피부재생 기능있는 거도 쪼꼬만한 거 쓰고 있는데 효과에 반해버렸다. 5만원 넘는다는데 샘플 다 써버리면 에라 모르겠다, 질러버릴 태세다. (동생은 별 효과 못 봤다고 하니 참고) 모처럼 나에게 맞는 제품을 만났는데 제발 이대로만 효과보자~~!

黑과 茶의 환상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지명수배 중인 강도를 발견했거든. 현내 우체국을 세 군데나 턴 녀석이었을 거야. 중상자도 몇 명씩이나 낸 흉악범. 사진은 여기저기 꽤 많이 붙어 있었어. 선명하지도 않고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지만. 내가 다니던 서예학원 옆이 파출소였거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늘 그 파출소에 붙어 있는 그 녀석 포스터를 쳐다보고 있었어.

어느 날,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엄마랑 역에 갔었거든. 아마 먼 데서 오는 친척을 마중 나갔을 거야. 엄마는 작은 어머니랑 이야기 하고 있고, 나는 대합실을 돌아다니고 있었어. 그런데 대합실을 둘러보는데 왜 그런지 자꾸 마음에 걸리는 남자가 있는 거야. 눈에 띄지 않고, 느낌이 온화한 남자였거든. 옷차림도 단정하고. 책을 읽으면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어. 물론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왠지 너무너무 신경이 쓰여 죽겠더라고. 그래서 나 혼자 안절부절 못했어.

점점 심장이 두근두근 뛰데. 하지만 나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서성거리는데, 역 구내에도 파출소가 있잖아? 파출소에 붙은 그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어. 그 순간,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이 그 포스터에 나온 사람이구나 하고 번쩍 깨달았어. 서예학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늘 보던 얼굴이구나 하고. 직감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사진에 있는 그 사람이 저기 있구나 하고 안 거야.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한동안 파출소 앞을 왔다 갔다 하기만 했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엄마한테 말할까, 아니면 경찰한테 말할까 망설이면서. 경찰한테 말을 붙인다는 게 당시의 나한테는 엄청난 모험이었으니까. 그런데 절박한 얼굴로 왔다 갔다 하는 나한테 경찰이 먼저 말을 걸었어. 미아인 줄 알았나 봐. 그래서 용기를 내서 말했지. 저기 저 포스터에 나온 사람이 저쪽에 앉아 있다고.

처음에는 경찰도 반신반의했어. 젊은 경찰관이었는데, 어리둥절해하더라고. 지명수배 중인 범인이 이런 데 태평하게 앉아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하잖아. 경찰에서는 줄곧 간사이 쪽으로 도망가지 않았을까 생각한 모양이야. 다들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난처했나 봐. 하지만 내가 너무나 확고하게 주장하니까 안에 있던 나이 든 경찰관이 나왔어.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새고 몸집이 다부진 아저씨였는데, 나를 보면서 정중하게 묻더라고. '얘야, 어떻게 포스터에 나온 그 사람인 줄 알았지?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은 선글라스도 마스크도 안 했잖아?'하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답했거든. '귀가 똑같이 생겼어요.' 하고.

그 순간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 경찰이 안색이 확 달라지더라고. 나중에 알았지만,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는 범죄자는 많지만 귀까지 바꾸는 사람은 별로 없대. 하지만 귀는 의외로 특징이 있기 때문에 프로는 귀를 보고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한다는 거야. 포스터 사진은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왼쪽 귀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거든. 모양이 좀 이상한 귀였어. 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숫자 3이랑 비슷한 모양인 게. 그때부터 갑자기 파출소가 부산스러워지고 경찰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댔어. 지원을 요청한 거겠지. 그러더니 금세 경찰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타나데. 그걸 보고 남자가 은근슬쩍 역에서 나가려고 하다가 순식간에 포위돼서 붙잡혔어. 역 안이 한동안 시끌벅적해졌지.

붙잡힌 걸 보고 나서 나는 얼른 엄마 있는 데로 돌아갔어. 엄마는 마침 친척이 도착해서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느라고 내가 파출소에 간 것도 전혀 모르더라고. '어머, 뭐지, 어수선하네.' 하고 태평하데. 그래서 나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엄마를 따라가고 그걸로 끝.

흑과 다의 환상 下, 온다 리쿠, p.46~49

버스 태우기

  • 이야기가 진부한 방향으로 흐르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 영화 특유의 여백이나 순수, 혹은 신선함을 맛보고 싶다면 화장사(2001) (자세한 정보)
  • 황우석 사태가 터진 후인 방영 당시 보면서 시대 흐름을 통쾌하게 꼬집어 감탄을 금치 못했던 M본부 베스트 극장 토끼의 아리아 (2006.04) (원작을 쓴 작가는 회사원이었는데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다.)

잡담.. 오늘 좀 여유가 있어서 워드프레스도 최신으로 갈아타고, 테마는 예전 것으로 복원했다. 워드프레스는 2.3에서 갈아탔더니 많은 것이 달라졌더라. diff기능도 있군. diff관련 플러그인도 속출할 듯! 테마를 일일이 신경쓰지는 못하겠지만,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맞아 handheld CSS를 그래도 구색있게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언제할는지....?! 예전엔 폰카도, 폰용량도 미덥지 않아 PMP도 디카도 있으니 핸폰 사양에 별 관심 안 가졌는데 요즘 휴대폰 시장이 맘에 들어가고 있다. 어제 출시되서 본격적인 광고에 돌입한 시크릿폰을 살까하는데 과연!

야구를 향한 상상

작년 12월 28일 방영한 MBC espn '야구를 향한 상상' 영상을 친절한 님으로부터 구해 보았다. 느슨해진 상태에서 게을러지고 쉬고만 싶고 그럴 때, 자기계발서라든지 이런 영상을 보면 상당한 자극을 받는다. 오늘도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영상을 봤는데(근무하면서 동영상을 보는 것도 이제 며칠만 지나면 못한다..^^;), 양신의 한 마디에 꽂혀서 흑~ 역시 보길 잘했어. 보고 싶더라.~ 이러면서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닌 좋은 기분으로 할 일을 마쳤다. 헤~ 집에 오는 길에 좋은 책도 읽었고, 또 좋은 책도 몇 권 도착했고, 내일만 지나면 또 쉴 수 있고! 아이고~ 행복하여라.

책을 다 읽은 다음엔 dmb로 야구를 보았다. 야구 채널은 기아:우리 경기 밖에 없어서 보기 시작했지만 서재응씨를 응원하였다. 4:0로 지다가 지금 현재 5:6로 역전인데, 어쨌든 근성은 확인했으니 여기서 다시 역전되어 지더라도 좋게 생각하련다. 기아 끝까지 화이팅이야~! 역시 야구는 몰라요~ (근데 임창용씨는 언제 또 나오셩. ㅜ_ㅜ 기둘리느라 목 빠져요. 오늘은 야쿠르트가 져서 등판 못함 ㅜ_ㅜ)

오래 전 대법원장이었던 얼 워렌은 "사람들은 실패에 대해 알기 위해 신문의 주요 면을 읽고, 성공을 알기 위해 스포츠 면을 읽는다." 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말의 힘, 할 어반,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