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미래

친구는 자기의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준다고 몇 주 전부터 약속을 잡아놨다. 또 어떤 친구는 나에게 어울릴 것 같다며 대강 들어도 호감가는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고 부추겼다. 그게 오늘이다. 나는 미안한 줄 알면서도 미안한 짓을 하면서 방에 하루종일 있으면서도 약 4만원이나 썼다. 뭐 피되고 살되는 짓. 오늘 나라는 사람이 하찮다. 봐줄 수가 없다.

오늘 건진 게 있다면 위로가 되는 드라마 대사 한 구절이랄까.

"우리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밝아서 잠시 보이지 않는 것뿐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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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무도 눈부셔서 잠시 안 보이는 미래를 보기 위해 더이상의 조급증도 내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바로 지금부터라고 믿고 싶으니까..."

- 20070630 그남자 그리고 그여자, 극본 이유선

저번주에 노래방에서 넥스트의 'here i stand for you'를 거의 10년만에, 부를 게 없어서 불렀는데..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라는 가사까지도 가슴 속에 파고 들더라. 좋게 보면 감수성이 매우 풍부한 거고, 현실적으로 보면 대책이 없는 거고. -_ㅜ..

상실의 시대

변명을 하자면 가방 속의 버스카드를 찾지 못해서 버스를 놓치고, 그래서 이른 시간이지만 학원 시간에 맞출 수 없어 7시부터 홍대부근에서 배회했다. 커피숍에서 책을 읽는 것이 대체 몇 년만인가. 이 커피숍은 24시간 운영은 좋으나, 비흡연자에게는 안락하지 않은 자리를 준다. 위치상 여기가 제일 괜찮아 있는 것이지만.
평일 아침 커피숍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호사를 누리는데 4년이 걸렸다. 누구도 들을 사람이 없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이 두어번 흐를 뻔 했다. 별로 슬픈 책은 아니다. 그냥 쓸쓸해서 그랬다. 책은 제목조차 쓸쓸한 '상실의 시대'. 장대비가 쏟아졌다. 바깥을 응시하고 싶다. 책을 읽고 싶다. 음악을 듣고 싶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대화를 하고 싶다. 그러나 모두를 포기하고 책만 읽었다.

요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기억하긴 어렵지만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 싶어 그저 책만 줄창 읽어댈뿐이다.

사람 다루는 방법

나의 상사는 독심술을 연마했음이 분명하다. 당근과 채찍이 교묘하다. 아무튼 이분은 최고다.

하나님 아버지 어머니

종교는 없지만,
만물을 이루어내는 이가 하나님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난 하나님을 짝사랑하나?
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니.
별로 성실하지 않은 나인데도 하나님은 아직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매사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밀양'에서 교인들이 그러지, 전도연의 아들이 죽은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무슨 실망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나 왜 이게 다 나를 위한 채찍이라고 느껴지지. 나를 꾸짖는 표독스러운 사람의 속내는 '나를 정말 위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라는 애정으로 받아들여져.. 이것이 설령 오해라고 하더라도 계속 오해하고 싶구나.
벌써 수차례 운명의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A에게 B에 대한 험담을 하며, 그간의 내 행동에 대해 있을지 모를 오해를 풀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나는 누가 봐도 덜 떨어진 사람처럼 지난 4개월을 살았다. 나 나름대로 주관이 있었지만, 말을 안 하는 이상 아무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을 테며 보이는 것만 믿어 오해할 게 뻔하겠지. 오해받는 건 정말 싫은데! L님은 이 시점에서 중요한 한 마디를 해주셨다.

"적을 만들지 마라, 코드가 맞지 않으면 그냥 조용히 스스로 정리해 버려라. 찌질하게 여기저기에 대고 험담하고 다니지 말아라. 남의 가슴에 대못 박는 짓은 하지 말아라. "

그래, 내 변명할 궁리에 급급하여 '변명하지 말자, 사람한테 상처주며 살지 말자'던 내 모토를 잊고 있었다. 하마터면 정말로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이 바닥 뻔한데... 그래, 아무 말 없던 나를 오해한다면 오해하는 사람 잘못인데 내가 괜히 죄책감 갖고 있었구나. 나 정말 가까스로 화를 피했다.

그렇게도 괴로웠는데 입 꼭 다문 채 살았던 4개월이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에 이걸 보상받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A가 필요했나 보다. 나 이렇게 견뎠어요. 알아주세요. 풋. 그게 무슨 소용있어. 내 입만 더러워지는 것이지. 대신 어제는 정말 내 사람인 사람들(from bottom of the heart)과 신나게 못 씹은 한을 풀며 어떻게 하면 나한테 이로운지 도움을 받았다.

근 25년을 살면서 좋고 싫고 눈치 안 보며 막말하고 살았던 사람이 뒤늦게 사회에 적응을 좀 해가려니, 싫은 것을 싫다고 표현 못 하는 게 제일 답답했다. 친구라는 사람에게도 왠만하면 하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외롭다고 징징 짜는 시절인데 매사 싫은 게 많은 사람이 되어 피하고 싶은 대상 1호가 될까 봐 두려웠다. 너무도 절묘한 이 시점에서 어제는 해우소 같은 날이었다. 어제뿐 아니다. 올해는 운명의 종이 쉴새없이 울린다. 하나님이란 분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 듯 느껴진다니까. 나 오해하니? 짝사랑이니? 너무 사소한 것마다 의미두는 거 아니니? 그럼 뭐 어때! 너무 감사하다. 이 게으른 나조차도 생때 같은 자식이라고 포기하지 않아주시는 신이시여, 땡큐베리감사하나이다.

You Raise Me Up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다대일 만남에서는 입이 꼬매져 있는 나라는 사람. 그런데 엉뚱하지만 씩씩한 친구에게서 그 씩씩한 기운을 물려 받았다. 나를 좋게 변화시켜준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고, 어제는 나만 품기에는 아쉬운 그 기운을 몇 사람과 공유하였다.

얼마동안 날씨가 맑을수록 더욱 외롭고 신경질 났는데.. 어제는 반가웠다. 이제는 계속 반가울지도 모른다. ^^ 한정희 피아노 '어떤 하루' 느낌의 하루.

Smile

피부가 답답하도록 연휴동안 열심히 먹었습니다. 얼굴이 탱탱 부었군요. 요즘엔 뭐든지 맛있어요. 뭐든지 기분이 좋고요. 선배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임신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니가 임신했냐는 말을 들을 만큼 진심으로 축하해드렸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걸 찾은 이 기분! 최고~.
그런데 돈은 없군요. 흑. 허리띠 졸라 매고 2주를 살아야겠습니다.

어떠한 우울한 기분에도, 최소한 중심은 잡고 버텼던 보람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직하게 진실로..

역시 상식이 통하는 곳에서 일하는 건 좋군요. 일의 퀄리티를 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