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향한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든 요즘이라 사두고 겨우 눈 붙인 책 '공중그네'. 한가지 이야기만 읽었는데도 만족도 200% 일 거란 확신이 든다. 심리를 읽어내는 독특한 방식이 나의 경험과 연결시켜보면 쉽게 납득이 된다.
(스포)
어느 날 날카로운 물건에 공포를 느껴 칼도 못 쥐게 된 야쿠자. 항상 상대에게 날카로웠던 야쿠자가 스스로 지쳐서 날카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선단공포증을 앓게 된다. 그는 야쿠자로 살아가기엔 치명적인 이 사실을 의사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한다.
그의 라이벌이었던 다른 파 보스와 대립하기 위해 만나는 긴장되는 장면에서 라이벌조차 칼이 곁에 있어야만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로의 긴장이 완화되고 대립은 화해로 마무리되고 선단공포증은 차차 사라진다. 야쿠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조폭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모두들 약한 부분이 있으니까 오히려 죽어라 뻗대는 거지."
나도 오랜 세월 속으로 품기만 했던 약점으로 인해 민감하고 날카로웠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긴장이 풀려 그 약점이란 것이 무의미해졌고 때때로 장점으로 바뀔 수 있게 되었다. 이젠 너그럽고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직도 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소한 나는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동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니가 잘해야 동생이 잘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 동생 스스로 잘해야 하는 거지, 동생 못하는 걸 나 때문이라는 핑계 대지 말아달라고 했다. 내가 하도 그렇게 말해서 그런지 동생이 내 핑계 대면서 어머니 꾸중에 반발할 때는 어머니도 '너는 너고 xx는 xx니까 핑계 대지 마' 라고 하신다.
'니가 언니니까 어쩌구저쩌구'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나는 '장녀'라는 게 벗어나고 싶은 컴플렉스로까지 발전했다. 어려움을 몰랐을 때는 '언니'라는 자리가 편했지만 집안에 불화가 생기고 나를 만나는 어른마다 '니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주입시켰고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고 그 기간이 몇 년 동안 계속되니 '동생'의 존재가 한없이 밉기만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고 기억하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닌지. 지금조차도 동생이라는 존재가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책임'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동생이 태어났고, 동생을 만든 장본인은 부모님 아닌가.
나는 내 컴플렉스로 인해 아주 이기적인 생활을 했다. 부모님도 장녀로서의 착한 태도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고, 어떤 친구들은 나를 외동딸로 봤다. 그리고 동생은 판단력이 나보다 모자란 존재로 인식해왔으므로 대화가 될 거라는 고민도 해본 적 없고 대화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20대 후반으로 치닫게 되었는데 나이 드니 친구들은 남자가 우선이고 뭔가 '내 사람이다'라는 안정감이 희미해져 간다. 이때서야 부모님이 형제를 주심에 감사하게 되다니.
요즘 2살 터울인 여동생과 부쩍 대화가 많아졌다. 그 아이도 나도 가족이 제일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생각도 거의 비슷하고 싸울 일도 거의 없다. 싸운다면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습관 때문이지. 어머니의 구세대 사고방식에 대해 둘이서 반발하면 어머니는 할 말을 잃으신다. 그러면 어머니는 불쌍하다고? 어머니는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계시니 괜찮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응모했는데 당첨되어 화요비 콘서트에 갑니다. 급방끗~ ;) 화요비 노래 부르는 거 보고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정말 가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연말이라 콘서트도 많고 표 나눠주는 프로그램도 많답니다. 한 번 응모해보세요~~ ^^ 이렇게 훈훈한 겨울은 참 오랜만이네요. 히히.
Pat Metheny Group -- Follow Me
오늘 91.9MHz에서 들었던 Truely Madly Deeply(Savage Garden)라는 제목에 이끌려 방문한 블로그. Summertime도 듣기 좋군요.
믿음직스러운 사람의 Follow Me라는 말을 기대합니다.
몇년만에 경험하는 얹힘인지.
잠도 잘 자고, 허겁지겁 한 번에 밥 두 공기 반을 뚝딱 해치우고도 소화가 잘 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겠지.
나의 소화불량을 전염시키는 꼴이 될는지, 그대의 무사태평이 나에게 전염될는지....
미래는 기약할 수 없어도 지금은 이 소화불량조차도 반갑다.
옛 친구는 믿음직하고
옛 노래는 편안하다....
미야베 미유키 작
집중되지 않는 마음과 눈을 붙들어 권당 500쪽이 넘는 책을 3권이나 읽어갔다.
살갑지 않은 아들에게 '그래서 딸이 있어야 했는데….' 라고 말하며 일찍 죽은 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결국 아들은 어머니를 미워하고 그 외에도 복합적인 미움이 아들을 키운다. 아들은 그 자신이 그토록 우러러보지만 배경만 대단할뿐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 겉만 엘리트인 베스트 프렌드와 성인답지 않은 성인으로 자라 재미삼아 살인을 저지른다.
또 어떤 딸은 기업체 사장인 아버지가 오스트레일리아 가족여행을 계획하던 중 어느 한 가정의 유산을 빼앗기 위해 일가족을 살해했는데, 아버지도 알고 보면 불쌍하다며 살해당한 일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남을 쫓아다니며 아버지의 석방을 도와달라고 애원한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석방하면 오스트레일리아 가족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야기. 두 권을 읽을 때까지는 숨이 목구멍까지 차도록 답답하기까지 했다. 인물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생각 밖으로 통쾌하고 인간적인 마무리가 따뜻한 감동도 안겨준다. 모든 범죄의 근원은 가정. 어머니, 아버지의 말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