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지 않아.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 두고두고 짜증난다. 두고두고 짜증나게 하는 말을 흘리는 타입은 바로 나였는데... 서로 주거니 받거니 잘하고 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유니폼 빨래를 하면서 빨래 하는 요령을 어머니께 배웠다. 이런 거 배우지 않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다. 나는 철 들지 않고 싶다. 가끔 변한 내 자신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인사를 잘한다거나 잘 웃는다거나 친절하다거나 하는 세상살이에 편리한 착한 습관이 나를 만들고 있음을 느낄 때.

점장님이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신다. 마땅히 할 일이라고 한 일이 기대 이상으로 점장님을 흡족하게 해드리고 있다. 가끔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웃어서 눈이 안 보인다고. 사실 눈이 작아서 웃으면 눈이 안 보인다. 옛날엔 도대체 어떻게 일해서 몇 번이나 나 때문에 죄송하다고 점장님이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을까 싶도록 지금의 나는 과할 정도로 친절하고 이 일이 나에게 맞다고 느낀다. 제발 이 일이 천직이 아니었으면 싶은 마음도 있고 천직이면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있고 미묘하다. 직장에서 존재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지금은 중요한 것.

아집

충분히 누릴 수 있었을, 그러나 전혀 내 것이 아닌 경우의 수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고 속상한 마음이 얼굴에 빤히 쓰여 있었는지 매니저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 '울지 말어' 하신다. 나는 반대로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젠 울지 말자고 마음 먹었는데 결국 4일째 울고 말았다. 많은 위로가 되고 혼자한 오해도 일부 해결되었지만 아직 지금의 나를 인정할 수 없다. 도저히. 복잡한 마음에 일이 온전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어진 일은 꾀 부리지 않고 하는 타입이라 윗분들이 좋게 봐주고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곳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정착한다는 것은 너무 괴롭고 무섭다. 그러다가 내 꿈을 잃을까 그게 제일 무섭다. 나는 아직 이방인.

lightness

며칠전 운동하다가 거리에 핸드폰 배터리를 흘리고 말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입 cd들을 모아서 갖고 다녔는데 그 뭉치가 어디 있는지 1년이 넘도록 행방불명. 다시 살까 싶어도 모두 품절.

조용한 보사노바. 보이차. .. 오늘은 이렇게 마감. 당신이 채워주었으면 하는 허전함 따위는 곧 잊혀지겠지.

HAPPY NEW YEAR!

아듀~

12월에는 글을 좀 쓴 것 같았는데 세어 보면 5개뿐.

벌써 안녕~ 했어야 할 알바가 오늘 비로소 끝났다. 워낙 축복 받은 아르바이트라 1년간 했던 일 중에 3일간의 인수인계가 제일 바빴다. 모두 관두거나 짤리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인수인계는 내 차지가 되었고, 1년간 일해도 생기지 않던 책임감이 인수인계하는 동안에야 생기더라. 후임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일하게 된 건 정말 축복이라고. 나이만 여유있다면 관두지 않았을 거라고.

그간의 혼자 속 시끄러웠던 일들이야 어쨌든, 그곳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대해주었든, 자의반 타의반 모양새 좋게 관두었다. 서로의 직장으로 놀러오라는 말로 웃으며 헤어지는 이 아름다운 굿바이 모드. 그간의 드러내지 못한 속상함이 치유되었다. 결국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은 나였다는 듯한 몇가지 단서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마땅히 할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당연한 일을 할 때, 동료는 탱자탱자 이러고 있다. 그리고 월급은 똑같이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양심이 대충을 허락하지 않는 대쪽 같은 성격. 난 왜 이럴까. 오히려 내 스스로를 바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분명 잘했다. 라고 칭찬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안 보는 듯 해도 다 꿰뚫고 있다. 무개념 진상들과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 된다. 집중하는 사이, 내 에너지 낭비 없이도 주변은 이미 자연스레 정리되어 있다.

지난 1년이 남긴 유산이라면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진리.

할머니 손

어제는... 꼭 오늘!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짓눌려 배가 고프지도 않고 그렇게 먹고 싶지도 않은데 비싸고 좁고 저녁시간이라 사람으로 북적이는 스파게티집에 혼자 들어가 가운데 자리에서 주변의 눈총을 받으며 배를 불리다가 나왔다. 나도 참, 어지간하면 그냥 참고 집으로 가지. 왜 그렇게 혼자 들어갔어야 했을까. 양도 많아서 남기고 계산하는데 주인이 나를 유심히 살폈는지 몇마디 주고 받았다. ^_^;

남기고 나와도 너무 배가 불러 뒤뚱뒤뚱 앞으로 고꾸라질 태세다. 오늘은 너무 추워서 얌전히 있으려고 해도 몸은 이미 걷고 있다. 처음엔 광화문에서 서대문까지만 걸으려 했다. 서대문에 도착하니 독립문까지만 가보고 싶다. 독립문에 도착하니 무악재만 넘어보자... 아니 홍제.... 결국 불광까지 걸은 셈이 되었다. 집까지 걷지는 못했다. 요즘 보통 10km(3시간) 걷는 게 일과가 되어서, 그렇게 2시간 걸었어도 체력이 괜찮았으나 바지가 가려줘도 발등을 내놓은 6cm힐이 발을 나무토막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손의 상태다. 쪼글쪼글... 내 온기를 쪽 뽑아 할머니 손을 만들었다, 추위가 ㅜ_ㅜ... 로션을 발라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으어엉..

12월 15일 월요일

내 첫 직장이 이럴 줄 전혀 꿈도 안 꿨지만, 어쨌든 취직했다. 월급 밀릴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식사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뼈가 으스러져라 일 복 터진 이름 대면 알만한 레스토랑에. 1년만 더 나이 들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고, 연일 터지는 일자리 불안정 기사에 간이 쫄아붙어버렸기에. 또, 나의 일을 갖고 싶었기에. 대통령 선거날 지나서 학교를 관두든지 할 걸 그랬나. 그녀의 2009년은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가기.

윗선 사이 전달이 잘 안 되어 이력서도 보지 못했거니와 내 신상을 전혀 모르고 있던, 그래서 5살 적게 보았다는 직원들. 허.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지-_-? 의심했는데 말이지... 내 나이를 알고 표정이 굳는 매니저 아저씨. 허... 정말 5살 적게 보셨어요??? 기쁘기도 슬프기도 암튼 올해 취업을 하기로 맘 먹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 점장님 느낌도 좋았고, 나랑 잘 맞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력서도 경력도 없는 와중에 그 자리에서 채용되어버렸다. 나는 좀 잘 웃었다. 그래요, 내 마음껏 웃어 드리리. 일이 힘들면 다이어트라고 생각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