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관계

내가 했던 한 마디를 남에게 했다가, 그것도 지레짐작으로 몇 마디 사족까지 더해주시고, 나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며 자기가 내 PR을 적절히 해줬다는 듯 생색내었지만 그게 유쾌할 리가 있나. 이번엔 반응 좋은 말을 하고, 나중엔 반응 안 좋을지 모를 말도 하시려고? 나 그런 거 싫다고 말을 정확히 해야 했었는데 굉장히 찝찝한 하루군.

제발 상상력 좀 제대로인 곳에 발휘하시길. 남 걱정 하지 마시고.

난 당신과의 대화가 우리 안에서만 머물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누가 되었건 간에. 우리의 대화가 어중이떠중이 돌고 도는 가벼운 것일 뿐입니까?.. 난 남의 눈치를 보면서 당신과의 관계를 걱정하고 싶지 않아요.

2005. 4. 18 지난 일기장에서..

가치

나의 가치가 보석만할까.
항상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며, 내 감각은 10년을 앞서있었다는, 그래서 알고 보니 보석이었다는 친구의 과찬. 그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 시절의 나는 이기주의의 절정을 달리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용서할 수 있을만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제서야 만난 중학교 교환일기 주고받던 친구. 싸이와 네이트온의 연동위력이란 대단하다. 싸이로 2년 전에 조우하고, 네이트온에 떠 있기에 엊그제에야 만났다. 그야말로 급만남. 동성인 친구이지만 만나면 떨린다. 닮고 싶은 면은 없지만 동경하는 친구. 우리의 캐릭터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아무튼 친구다. 그 친구도 신기해한다. 전혀 우리는 친구가 될 인연이 아니었다고. 어쩌다 이렇게 친구가 되었는지 신기하다고.
나는 그때와는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마다 다 그렇게 말을 한다. 나는 똑같다. 그 말이 엊그제는 생소하도록 듣기에 좋았다.

나는 일요일 시네큐브 광화문에서 영화 '타인의 삶'을 보았다. 위에 말한 친구와, 그리고 또 선배와. 두 번이나 보면서 두 번 다 졸았지만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는 아낌없이 그들에게 선물했다. '타인의 삶'도 선물이었고, 재즈 CD들도, 내가 좋아하는 도브 다크 초코렛도 선물했다. 그냥 가방 속에 있는 거라면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놓았다. 선배는 영화를 보며 크래딧 올라갈 때 박수를 치고 싶다고 말했고 (나도 심히 동감), 요즘 음악 듣는 시즌이 아니라던 친구는 내 감각은 100% 신뢰한다는 말까지 하며 재즈 CD를 받았다. 주는 마음만으로도 행복했는데 기대도 없던 어여쁜 말들을 들으니 보람도 있구나. 나는 시네큐브 광화문도, 식사했던 세븐 스프링스도, 그 건물(흥국생명)도, 그 건물의 위치도, 같이 영화 봤던 극장 안의 사람들도, 첫경험이었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어제는 동생을 데리고 가서 식사를 했다. 요즘 내 주머니 사정 생각할 겨를없이 일단 퍼주느라 정신없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냐고? 요즘만 친절하다. 푸훗. 지금 가방이 없고, 신발도 없고, 옷도 없어서 동생한테 기생하는 꼴을 들여다 본다면 참으로 그녀 인생 구차하고 불쌍하고 뻔뻔하기 그지없다. 항상 돈에 굶주려 동동거리며 할인에 눈독 들이고 있으며, 차비 몇 백원까지 다 따져서 상사한테 받아내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동생 말에 의하면, 내 세계에 빠져 사는, 친해지기 싫은 사람이란다.

모험

요즘 너무 편한 것만 찾았다. 익숙하고 항상 그대로인 00들... 생소한 것에 대한 두려움, 스트레스로부터 보호받고 싶었다.
오늘 하루 모험하고 싶은데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왜 그래.. 왜 이리 겁을 먹는 것이니..
손가락 한 번 까딱으로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덜덜덜. 잘 보내고 싶다.

유기농

요 며칠 읽고 있는 중이고, 벌써 친구에게 선물까지 한 책자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로 인해 유기농, 천연 식품에 관심이 생겼다. 딱 알맞게 가까운 곳에 킴스클럽이 개장했다. 게다가 24시간 오픈이란다. 뉴스에 의하면 전국 이마트 매장 중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이마트 지점이 응암점이라고 하던데 킴스클럽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둘이 맞붙었다며 상권 다툼에 주목하고 있다. 동네에 어릴 적부터 버티고 있던 할인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이마트 응암점도 그렇고 동네의 모든 마트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안 그래도 어제 버스가 킴스클럽 주변을 지나갈 때 시간이 많이 걸렸다. 13일 오픈했다고 난리도 아닐 텐데 주말이니 뭐.. 나는 오늘 가서 뭘 살까 하냐면, 자연이담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유제품. 앞서 말한 책을 읽어보니 요구르트든 우유든 그게 모두 몸에 좋은 게 아니더라고. 그런데 아직까지는 첨가물 없이 자연 상태 그대로인 우유 제품을 파는 회사는 자연이담밖에 모르겠고, 자연이담을 취급하는 상점도 몇 군데 안 되는데 킴스클럽의 등장은 매우매우 반갑다. 물론 가격은 보통 우유보다 많이 비싸다. 그래도 뭐 건강부터 챙겨야겠기에;;

아무튼 이 동네에서 10년 이상 살아왔지만 요즘 눈에 띄게 발전하는 게 보인다. 알고 보니 교통도 이곳 저곳 왠만큼 다 뚫려있었더라고. 그런데 거리가 좀 깨끗했으면, 나이트 찌라시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_-;

건강

사무실 내 자리를 중심으로 양 옆에서 일주일 넘도록 기침하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엔 그들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는 내가 걸릴까 걱정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감기는 걸리지 않았다. 소음에 워낙 민감한 나지만 그들의 기침 소리가 거슬리지도 않더라.

어제는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도 그렇고 갑자기 추워져서도 그렇고 몸이 안 좋기에 오늘 위험하다고 양해를 구하며,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했다. 그동안 나름 나한테 옮을까 걱정해서 수위를 낮췄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는 기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오늘은 맘껏 기침해도 된다는 듯한.

나이가 한 살씩 많아져, 책임감이 차곡차곡 쌓여가니 내 몸을 누구에게 의지하기 어려워 건강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리고 신경 쓴만큼 많이 좋아짐을 느낀다. 그렇게 대단하게 신경 쓴 건 아니고, 매일 꾸준하게 한 것이라면 걷기. 그리고 속이 안 좋아 한 달이 넘도록 하루에 한 끼는 항상 죽으로 해결했고, 몸에 좋지 않더라도 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은 기분 좋게 꼭 먹어줬고, 끼니 때라서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먹어야 할 경우에는 영양 성분 잘 따지면서 몸에 해로운 건 의식적으로 피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피해지지는 않지만;

걷는 건 스스로 즐기기도 하고 아침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교통비 부담이 심해서 왠만한 거리는 걷는다. 그래서 어떻게 걸었냐면, 4월에는 지하철 2정거장 거리는 매일 걸었던 꼴이 되었다. 새벽에 어학원을 다니는데 어학원에서 직장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지하철로 2정거장 거리다. 그리고 학원이 끝나면 출근 시간까지 1시간 30분이 빈다. 그럼 30분은 내가 활용하고, 1시간은 천천히 여유있게 걸으면 된다. 운동하려고 그런 건 아니고, 한 달에 이것저것 하느라고 들어가는 교통비가 10만원 정도라서 거기다가 하루 900원씩 또 차비를 만들 수 없어서 돈 아끼려고 걷는 것인데 아침에 걸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돈도 아끼고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하루의 활력소가 되어준다. 그 외에도 의식적으로 좀 더 (과할 정도로) 걷는다.

아무튼 사무실에서 극심한 감기 환자들에게 둘러싸여 살면서도 감기도 안 걸리고 하루하루 기분 꽤 괜찮은 나날을 지내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요즘 건강하긴 건강한가 보다.

어제는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친구가 읽으면 기함할 얘기지만 어쩌다보니 한강 다리 건너서부터 우리집까지 걸었다. (버스로 40분 거리) 조명도 훤하고 새벽 산보 나온 사람들이 있어 무섭지도 않고 거리가 너무 예뻐 집에 가기 싫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나니 약간 뻐근하긴 한데 그렇게 힘들지도 아프지도 않다. 걷는 게 체질이 되었나 보다. 어제 밤길이 너무 예뻐서 혼자 보기 억울할 정도였다.

친구란..

그들이 왜 그렇게 부담스러워 만나기 싫을까 했더니, 답은 그것이었다. 우리는 만나면 동상이몽일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00씨의 애인을 만나고 있지, 그녀씨의 친구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니었더라. 나를 만나 놓고, 핸드폰에 관심이 쏠려 있는 그들. 우리는 10년지기 친구인가.